이상엽 기초수학 정주행 1회차 - 수란 무엇인가?

2023. 3. 28. 01:14기초수학

1. 자연수에 대해서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대부분은 '그걸 왜 설명해야 하지? 당연한 거잖아?' 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수학은 왜 1 + 1 = 2 가 나오는지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이것이 수학의 근본에 대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우선 공리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데 공리는 아래와 같이 정의하며 정의라는 단어와 의미가 헷갈리지 않게 같이 설명하겠다.

공리: 하나의 이론에서 증명없이 바르다고 하는 명제
정의: 어떤 용어나 기호에 대한 의미를 명확히 한 것

우리는 이것을 "약속"이라고 한다. 어떤 명제에 대해서 증명없이 옳다고 가정하는 규칙인 것이다. 그리고 수학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정의와 정리 및 증명은 이 공리 위에서 동작한다. 이제 1 + 1 = 2 를 설명할 수 있는 공리계를 설명하겠다.

 

페아노 공리계

자연수에 대해 유의미한 규정을 한 공리로 페아노라는 사람이 만들어서 페아노 공리계이다. 페아노 공리계는 아래에 있는 5가지를 만족하는 집합 N이 있을 때, 그 집합의 원소를 자연수라고 부른다.

  1. 1은 집합 N의 원소이다.
  2. 모든 N의 원소 n은 다음 원소 n`을 가진다. (n`은 n의 다음 수)
  3. 모든 N의 원소 n에 대해 1은 n`이 될 수 없다.
  4. 모든 N의 원소 n, m에 대해 n`과 m`이 같으면 n과 m도 같다.
  5. 다음 조건을 만족하는 집합은 항상 모든 N의 원소를 포함한다.
    • 1을 포함
    • 포함한 임의의 원소 n에 대해 n의 다음 수인 n`도 포함

 

1) 1번 공리에 대해

여기까지 읽어보면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건 그냥 당연한 거잖아?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제 여기서 1번 문장에 주목해보자. 자연수라는 것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1"이라는 요소를 사용해서 "1"이 자연수의 집합에 속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학에서 이런 구조의 문장이 나오면 "1"이 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실 페아노 공리계는 "1"을 정의하고 있지 않다. 즉, "1"이 무정의 용어라는 뜻이며 이 자리는 무엇으로 대체되어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게 말이 돼?!' 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구조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잘 생각해보자. A를 정의한다고 가정할 때, A를 정의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B를 A라고 정의한다." 혹은 "B에 속하는 것을 A라고 정의한다." 라는 구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럼 원래대로라면 이제 B가 뭔지 정의해야 한다. B를 정의하기 위해 C를 끌어오고 C를 정의하기 위해 D를 끌어오고 이런 구조가 무한히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정의 용어라는 약속을 만들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2) 2번 공리에 대해

어떤 자연수가 존재할 때, 당연히 그 자연수 다음으로 오는 자연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대체 페아노라는 사람이 수학자인데 그걸 모를리가 없는데 왜 굳이 2번 공리를 만들어 놓은 것일까? 자연수의 집합은 무한히 많은 원소를 가진 무한 집합이다. 즉, 2번 공리의 존재는 자연수의 집합이 무한 집합이라는 것을 의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로써 자연수의 집합에 1이라는 원소가 존재하며 그 외에 수많은 원소들이 존재하는 무한 집합이라는 것이 완성되었다.

 

3) 3번 공리에 대해

자연수 중에서 가장 작은 원소가 뭘까? 당연히 1이다. 모든 자연수는 1로부터 파생되었고 모든 자연수는 자신의 앞에 있는 자연수에서 1을 더함으로써 만들어진 것들이며 실제로 각 자연수의 정의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다. 2의 정의는 1`, 3의 정의는 2`, 4의 정의는 3`...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1만큼은 자연수라는 집합의 체계를 잡을 때 처음부터 존재하는 수로 유일하게 이전 수의 다음 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4) 4번 공리에 대해

4번 공리에 대한 내용은 어떤 두 자연수가 있을 때, 그 두 자연수의 다음 수가 같은 수라면 원래 주어졌던 두 자연수도 같은 수라는 것이다. 이 당연한 내용이 왜 굳이 공리로 들어가 있는 것일까? 페아노 공리계는 1이라는 무정의 용어 이외에는 다른 자연수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지 않다. 심지어 1도 무정의 용어라서 어떤 것이라도 1로 대체시켜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지금까지의 공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집합을 이루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1→2→3→4→2→3→4→2...

이게 대체 뭐냐고 물을 수 있다. 어떻게 4의 다음 수가 2가 나오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공리만 잡혀있을 뿐이지 다른 자연수들의 정의는 잡혀있지 않은 상태여서 2를 다음과 같이 정의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2는 1`이면서 4`

지금까지 다룬 1, 2, 3번 공리를 모두 뒤져봐도 위에서 제시한 2의 정의를 나무랄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면 우리가 아는 자연수의 체계가 성립될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4번 공리를 집어넣은 것이다. 이러면 1`과 4`이 같지만 1과 4가 서로 다른 존재여서 위에서 제시한 체계는 자연수의 체계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5) 5번 공리에 대해

아래와 같은 수열이 존재한다고 하자. 보면 알겠지만 우리가 알고있던 자연수 외에 다른 수들이 끼어든 것을 볼 수 있다.

{ 1, 2, 3, ... }, { 0.5, 1.5, 2.5 ... }

이제 이것들로 이루어진 집합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1~4번 공리만 따진다면 위의 수열로 만든 집합 역시 자연수의 집합에 포함된다. 사실 이렇게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다. "1~4번 공리만 만족시키라고 했지, 그 외에 다른 수가 끼어들면 안된다는 법은 없었잖아?" 라고 말이다. 그래서 5번 공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1~4번 공리를 모두 만족시키는 집합 중에 가장 작게 표현할 수 있는 집합이 바로 자연수의 집합인 것이다.

 

 

2. " = "와 "+"에 대해서

강의에서 "같다는 것은 대체 뭘까?" 라는 질문을 제시했다. 그러면 대부분은 "아니, 같은 게 그냥 똑같은 거 말하는 거지. 뭔 소리야?" 라고 이야기할 것 같다. 하지만 수학자들은 이것에 대한 공리도 체계적으로 잡아놓았다. 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 = " 는 수에 대해 동치관계를 만족한다는 뜻이다.

 

동치관계는 아래의 3가지를 만족하면 그것을 동치관계라고 하며 이는 굳이 수가 아니더라도 도형, 명제 등 어디에나 사용될 수 있는 개념이다. 다만 아래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집합론을 가장 먼저 공부해야 하지만 그냥 "이런 것들이 있네." 하고 넘어간 후 집합론을 공부해서 다시 돌아와서 봐도 문제가 없다.

  • 반사성: a ~ a를 만족한다.
  • 대칭성: a ~ b를 만족하면 b ~ a를 만족한다.
  • 추이성: a ~ b이고 b ~ c이면 a ~ c이다.

 

이제 덧셈("+")에 대해 알아보자. 사실 덧셈과 같은 사칙연산은 자연수에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복소수, 벡터, 행렬, 사원수 등등... 그 모든 것들에 덧셈이라는 것은 전부 정의되어 있다. 또한 자연수에도 정의가 되어있다. 다만 너무 간단해 보이고 직관적이어서 "굳이 정의를 해야해?" 라는 의문이 들 정도일 뿐이다. 수학자들은 덧셈을 아래와 같이 정의했다.

  • n` = n + 1
  • (n + m)` = n + m` (단, n과 m은 자연수)
  • n + 0 = n

참고로 n + 0 = n이라는 부분은 덧셈에 대한 항등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며 자연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0이 나오는 이유는 실제로 페아노 공리계의 자연수의 덧셈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0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페아노 공리계는 자연수라는 집합 N에 0이라는 원소를 추가한 N+를 언급해서 위의 덧셈의 정의를 설명하고 있다. 현대 수학에서는 0이 원래는 자연수가 아니지만 덧셈의 정의에서 편의를 위해 잠시 0을 자연수로 놓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3. -1에 대해서

이제부터 음수의 개념이 추가되면서 정수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옛날 수학자들은 -1이라는 개념 즉, 음수라는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적용을 시켜서 이해하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물건의 갯수를 통해서 눈으로 보이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오일러라는 수학자가 "빚과 이익" 이라는 모델을 통해서 다른 수학자들이 음수를 우리가 사는 세계에 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퍼지도록 한 것이다. 빚을 음수로, 이익을 양수로 표현한 것이다.

 

다만 "빚과 이익" 이라는 모델에도 약점이 있었는데 바로 음수의 곱셈에 대한 부분이다. 이후에 이 약점은 수직선으로 해결되었다. 수직선 위에 가상의 사람을 올려놓고 양수면 앞으로, 음수면 뒷걸음질로 이동하는 것으로 음수의 개념을 설명했다. 또한 음수를 곱하는 것은 사람이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으로 기존에 있었던 곱셈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즉, (-1) x (-1)을 사람이 뒤를 두 번 돌아보는 것으로 해결한 것이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양수 방향인 앞의 방향을 보게 될테니 말이다.

 

허수 i(√-1)에 대해서

고등학교 수학까지 제대로 공부한 경험이 있다면 허수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1이 수학계에 받아들이는 것에 시간이 걸린 것처럼 i라는 개념이 등장해서 수학계가 받아들일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i라는 개념은 한창 많이 나오던 시기가 방정식에 대해서 연구가 이루어질 때였다. 아마 다들 2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은 많이 접했어도 3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은 접해보지 않았을텐데 사실 3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에는 필연적으로 i가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i는 게임을 만드는데 있어서 회전 보간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가로축과 세로축을 통해 (실수 + 허수)와 같은 복소수를 표현하기 위한 복소 평면을 만들고 그것을 복소 평면에 그 점을 찍을 수 있다. 바로 이 때, 처음 주어진 복소수에 i를 곱하면 복소 평면에서 점의 위치가 90도 회전하게 된다.

 

 

4. 0.9999.... = 1 인가?

강의에서 다룬 마지막 내용이다. 결로부터 말하면 위의 명제는 참이다. 그리고 위의 명제가 참이라는 것은 정말 많은 방법으로 증명할 수 있다. 강의에서는 이를 실수의 완비성과 조밀성으로 증명했다. 실수가 뭘까? 실수의 정의는 무한소수로 나타낼 수 있는 모든 수를 의미한다. 가령 1이라고 해도 1.0000...이라는 무한소수로 나타낼 수 있으니 실수다. 실수는 다시 유리수와 무리수로 나뉘게 되며 유리수를 순환소수, 무리수를 비순환소수라고 이야기한다. 엄밀한 정의는 b / a(a와 b는 정수이며 약분 불가, a ≠ 0) 형태로 나타낼 수 있는가 없는가로 판단하며 나타낼 수 있으면 유리수, 그렇지 않으면 무리수이다.

 

이제 강의에서 썼던 방법대로 증명해보자. 1 - 0.999...를 빼면 얼마일까? 0.0000....이 나오게 된다. 만약 0.9999...가 1보다 작다면 1 - 0.999...의 값이 0보다 큰 어떤 값이 나오게 될 것이다. 이제 여기서 실수의 완비성과 조밀성이 나오는데 완비성은 수직선의 어떤 한 부분을 찍었을 때, 그 곳이 어디든 표현할 수 있는 수가 존재하는가이고 조밀성은 서로 다른 두 수를 제시했을 때, 그게 어떤 수이든 그 사이에 다른 어떤 수가 존재하는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실수의 조밀성에 따라 0과 0.00...이 제시되었을 때, 그 두 사이에 있는 어떤 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제시할 수 없다면 0.000...과 0이 같은 수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1과 0.999...는 서로 같은 수라는 것이다. 이것이 강의에서 이야기한 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