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9. 13:46ㆍ기초수학
1. 점, 선, 면에 대해서
도형이라는 것 자체가 점, 선, 면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보통 도형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점, 선, 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리가 옛날에 학교에서 이 3가지에 대해서 배울 때, 선은 점들이 무수히 많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 혹은 점이 움직인 자취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면 또한 선들이 무수히 많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 혹은 선이 움직인 자취로 이야기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오히려 맞는 말에 가까울 것이다. 다만 여기서 조금 억지를 부려보겠다. 아래에 다음과 같은 도형이 하나 있다고 가정하자.
뭐처럼 보이는가? 보통 칠판에 선을 그리라고 하면 대개 저런 식으로 그려지게 되는데 그렇다면 저 선의 두께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실제로 저 선의 두께는 당연히 측정이 가능하다. 근데 이렇게 되면 선이 아닌 면이 되어버리지 않는가? 너무 억지같겠지만 옛날 수학자들 사이에서 이런 논쟁이 있었다. 점은 무엇이고 선은 무엇이고 면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말이다. 그래서 그 3가지를 아래와 같이 정의했다.
- 점은 부분이 없는 것이다.
- 선은 폭이 없는 길이이다.
- 면은 길이와 폭만을 가진 것이다.
꽤나 그럴듯해 보인다. 근데 여기서 궁금한 부분이 생긴다. 점은 부분이 없다고 한다. 근데 여기서 말하는 부분이 뭘까? 애초에 부분이라는 것은 어떤 원형의 전체가 존재해야 설명될 수 있는 것 아닌가? 폭은 어떤가? 면이 설명이 되어야 폭이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데 폭을 설명하려면 면을 먼저 알아야 한다. 이게 이상하다는 것이다. 점을 설명하기 위해 선이 가진 개념인 길이를 설명해야 하고 면이 가진 개념인 폭을 설명해야 한다. 즉, 정의가 뭔가 거꾸로 된 것 같다는 뜻이다. 여기서 르장드르라는 사람이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 하나의 해석을 내놓는데 그것이 르장드르 해석이다.
- 면은 입체도형의 경계다.
- 선은 포개어지지 않는 어느 두 면이 만나서 생기는 것이다.
- 점은 포개어지지 않는 어느 두 선 혹은 선과 면이 만나서 생기는 것이다.
3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직관적으로 봤을 때, 이것이 조금 더 이해가 쉽다고 할 수 있다. 입체도형을 먼저 이야기하고 그 다음에 면으로, 면에서 선으로, 선에서 점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위에서 말한 애매한 부분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아래와 같은 의문이 들 수 있다.
점의 길이가 정말 0이면 선은 어떻게 생기는 거지?
2. 무한에 대해서
우선 점의 길이가 0이라는 것은 매우 자명한 사실이다. 0이 아닌 어떤 양수의 길이를 가진다고 하면 실수의 조밀성때문에 그 길이를 또 쪼갤 수 있기 때문이다. 근데 그게 가능해지면 그건 더 이상 점이 아니게 되기 때문에 점의 길이가 0이라는 것은 매우 자명하게 알 수 있다. 그럼 0 + 0 + 0 +... 이걸 무한히 했을 때, 길이를 가진 선이 만들어지는데 그럼 0을 무한히 더하면 다른 어떤 임의의 길이가 나오는 것일까?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바로 여기서 칸토어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현대 수학의 체계를 만든 사람으로 그 사람을 왕따를 시켰던 사람들조차 그 분이 만든 체계 위에서 자신의 이론을 다시 썼을 정도로 대단하신 분이다. 칸토어 이전까지만 해도 "무한" 이라는 개념을 다루는 것을 굉장히 금기시 했다고 한다. 바로 전 시대에 살았던 수학의 왕이라고 부르는 가우스조차 "무한을 다루는 것은 의미가 없다." 라는 말을 했을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이 때 당시에는 굉장히 혁신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칸토어가 연구한 무한이라는 것을 통해서 위에서 말한 것이 논파되기 때문이다. 칸토어는 실수의 대각선 논법을 통해서 무한도 다 같은 무한이 아니며 서로 무한이더라도 그 크기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대각선 논법이란 0~1사이에 있는 실수의 갯수와 자연수의 갯수 중에서 어떤 것이 더 많은가? 에 대한 내용이다. 결론만 말하면 0~1 사이에 있는 실수가 더 많다.
이제부터 여기서부터 논파가 시작된다. 칸토어는 무한을 세는 것을 시도할 수 있는 무한인 가산무한과 세는 것을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비가산무한으로 나누었다. 대표적으로 자연수가 n의 다음 수인 n`을 정의하고 있어서 가산무한이며 실수가 비가산무한으로 속한다. 우리가 0을 무한히 더했을 때, 어떻게 0이 아닌 다른 수가 나올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은 "무한히 더한다." 라는 것 자체에서 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 무한히 더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가산무한에서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0 + 0 + 0 + ... 에서 0을 인지하고 그 갯수를 세 나갈 수 있다.
이제 우리는 "0이 무한히 모이되 비가산무한만큼 많이 모이면 선이 된다." 라고 말하면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비가산무한만큼 "더한다" 라고 말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더한다는 것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가산무한이 되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그럼 비가산무한만큼 모였다고 쳤을 때, 그 길이는 어떻게 되는데?" 라고 묻는다면 칸토어는 0이 비가산무한만큼 많이 모였을 때, 그 값이 어떻게 되는지는 딱히 정의하지 않았다.
3. 비유클리드 기하학
나름 유명한 문제가 하나 있다. 남쪽으로 10km, 동쪽으로 15km, 북쪽으로 10km를 갔을 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가능한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배웠던 유클리드 기하학이라면 당연히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북극을 생각하면 현실 세계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유클리드 기하학부터 알아보자. 아래에 공준이라는 단어가 나올텐데 공준은 공리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단어로 그냥 수학에서 약속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유클리드 기하학의 공준
- 서로 다른 두 점을 지나는 직선은 오직 하나 뿐이다.
- 한 선분은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 임의의 점을 중심으로 하고, 임의의 거리를 반지름으로 하는 원을 항상 그릴 수 있다.
- 모든 직각의 크기는 같다.
- 한 직선의 외부에 있는 점을 지나면서 평행한 직선은 오직 하나 뿐이다. (플레이 페어)
유클리드가 쓴 5개의 공준 중에서 4개는 자명하게 우리의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평면 위에 두 개의 점을 찍을 수 있고 선분의 길이를 늘리는 행위가 가능하며 컴퍼스로 원을 그릴 수도 있고 어느 위치에든 직각을 그려볼 수 있다. 그런데 유독 5번은 우리의 눈으로 관찰할 수 없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저걸 직접 관찰하려면 선을 무한히 길게 늘려봐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5번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 중 사케리라는 사람이 1~4번이 옳다는 가정 하에 5번을 증명하려고 했다. 그 결과, 해당 점을 지나는 평행선이 0개가 아니라는 것은 증명했지만 2개 이상일 수 없다는 것은 증명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가우스가 5번 내용에 대해서 기존의 5번 내용을 지우고 평행선이 2개 이상일 수 있다는 내용을 넣어도 1~4번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즉, 4개의 공리와 별개로 5번의 내용을 별개의 공리로 독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심지어 그 평행선이 무한히 많아도 4개의 공리가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서 쌍곡기하학이 탄생한다. 평행선이 없는 경우에 대한 기하학도 가우스의 제자인 리만이 만들어내는데 그것이 타원기하학이다. 이후에 곡률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 기하학이 나오게 되는데 그 기하학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 곡률이 0으로 일정한 공간에서의 기하학: 유클리드 기하학
- 곡률이 일반적으로 0이 아닌 공간에서의 기하학: 비유클리드 기하학
- 곡률이 양수로 일정: 타원 기하학
- 곡률이 음수로 일정: 쌍곡 기하학
- 곡률이 정의되는 일반적인 공간에 대한 기하학을 흔히 리만 기하학이라고 부른다.
이제 여기서 타원 기하학의 공리를 알아보자. 보면 알겠지만 우리의 상식을 모조리 깨 부수는 것들이다...
- 평행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 직선의 길이는 유한하다.
- 서로 다른 두 직선은 언제나 두 점에서 만난다.
- 삼각형 세 내각의 합은 180˚ 보다 크다.
- 같은 면 위에 있는 삼각형의 면적은 세 내각의 합이 클수록 크다.
- 같은 면 위에서는 (합동을 제외한) 도형의 닮음이 존재하지 않는다.
참고로 1번 공리가 이해가 안될 수 있는데 아마 위도를 그리듯이 그리는 경우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 경우는 직선이 아니다. 잘 생각해보면 지구에서 어떤 위치에 있든지 간에 그 위치에서 어떤 방향으로 쭉 나아가는 그 자취를 직선이라고 했을 때, 본인 머릿속에 있는 구에서의 평행선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교하면 서로 그 선의 움직임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지하철 노선도
도형과 기하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뜬금없이 지하철 노선도가 튀어나와서 당황스러운가? 하지만 지하철 노선도는 지금부터 다룰 내용에서 우리가 정말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빠질 수 없는 예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지금부터 다룰 내용은 "위상수학" 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위상수학의 최초는 보통 오일러라는 수학자가 아래와 같은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이야기 한다. 아래의 그림을 보고 임의의 지점에서 출발해서 이 7개의 다리 모두 한 번씩 건너면서 A, B, C, D를 모두 지날 수 있는가를 묻는 문제이다. 참고로 우리가 아는 한 붓 그리기 문제와 비슷한 문제가 맞다.
많은 수학자들에게 도시 괴담처럼 퍼진 이 문제는 위상수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시초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참고로 이 문제의 정답은 오일러가 불가능하다고 증명했다. 오일러는 이 과정에서 정점과 정점이 몇 개의 선과 이어져 있는지를 뜻하는 차수라는 개념을 도입했고 모든 정점의 차수가 짝수거나 차수가 홀수인 정점이 2개 뿐이면 한 붓 그리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 뿐만 아니라 오일러 지표라는 것도 만들었다고 한다.
- 다면체의 꼭짓점의 갯수를 v, 모서리의 갯수를 e, 면의 갯수 f에 대해 다음 공식이 성립한다. → v - e + f = 2
- 구멍의 갯수가 g라면 다음 공식이 성립한다. → v - e + f = 2 - 2g
참고로 구멍의 갯수라고 하면 말 그대로 어떤 도형의 완전히 구멍이 뚫려있는 그 형태를 의미하는 것이 맞다. 다만 이런 도형에서 꼭짓점, 모서리, 면의 갯수를 셀 때, 다음 영상의 55:30의 부분을 참고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iKANr58e1jw&list=PL127T2Zu76FvsInWe94xPa9i_1JaRW0Dz&index=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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