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 집합론 정주행 6회차 - 연속체 가설

2023. 4. 12. 21:51집합론

1. 집합론의 역설

"역설" 이라는 단어와 함께 나오는 문제를 한 번이라도 접해봤다면 이 단어의 뜻을 대충은 인지하고 것이다. 뭔가 논리적으로는 맞아 떨어져 보이지만 실제와는 매우 모순이 되는 상황에서 이런 단어를 쓰고는 한다.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운 집합이 소박한 집합론 혹은 엉성한 집합론이라고 불리며 여기에서 몇몇 역설이 등장하면서 이것을 타파하기 위해 공리적 집합론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이제 그것을 알아볼 것이다.

 

1) 칸토어의 역설

① 칸토어의 정리: 임의의 집합 X에 대하여 #X < #P(X)이다.

② 칸토어의 역설: 모든 집합들의 집합을 U, 그 기수를 #U라고 하자. 그러면 칸토어의 정리에 따라서 U의 멱집합의 기수 #P(U)는 #P(U) = 2^k ≥ k = #U이지만, 이는 #U ≥ #P(U)이어야 하는 가정에 모순된다.

 

2) 러셀의 역설

모든 집합들의 집합을 U라고 하자. 그러면 S = {A ∈ U | A ∉ A}은 하나의 집합이 된다. (S는 자기 자신을 원소로 하지 않는 모든 집합을 의미한다.) 만약 S ∈ S라고 하자. 그러면 S의 정의에 의해 S S이다. 만약 S S라고 하자. 그러면 S의 정의에 의해 S ∈ S이다. 따라서 U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역설들이 존재하게 된 이유는 애초에 기초적인 부분이 부실해서 생겼던 문제였다. 즉, "무엇이 집합이 될 수 있는가?" 에 대한 것이 엄밀하게 정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문제였다. 그래서 수학자들에 의해 수학의 기초이론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제 그 내용을 알아볼 것이다.

 

 

2. 공리적 집합론

전에 아래의 글에서 공리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https://dafher-diary.tistory.com/35

 

이상엽 기초수학 정주행 1회차 - 수란 무엇인가?

1. 자연수에 대해서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대부분은 '그걸 왜 설명해야 하지? 당연한 거잖아?' 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수학은 왜 1

dafher-diary.tistory.com

공리란 항상 참이 되고 증명할 필요가 없는 명제로 어떤 수학의 학문을 이루는데 있어서 기본적으로 깔아야 하는 전제 조건을 뜻한다. 그곳에서 수학의 이론들이 쌓이는 것이며 어떤 공리를 선택하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학문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공리가 모여서 공리계를 이루고 이런 공리계는 많은 종류가 존재할 수 있으며 이는 공리적 집합론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부터 많은 종류의 공리적 집합론 중에서 가장 표준이 되는 집합론을 알아볼 것이다.

 

1) ZFC

ZFC 공리계: 집합이 될 수 있는 것들을 규정하는 공리계

 

현대 수학의 표준적인 수학기초론으로 다음 10가 공리 및 공리꼴을 가지고 집합론을 구성한다. 아래의 설명을 보면 몇 개는 너무 당연해 보여서 "....이게 뭐야?"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진짜 이런 내용이다. 여기에서 선택공리는 나중에 더 자세하게 다룰 것이다.

  • 확장공리: 두 집합이 있을 때, 두 집합의 원소가 모두 같으면 같은 집합이다.
  • 짝공리: 두 집합이 있을 때, 그 두 집합을 원소로 하는 집합이 존재할 수 있다.
  • 공집합공리: 아무런 원소도 가지지 않아도 그것을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 무한공리: 무한집합이 존재한다.
  • 합집합공리: 집합족의 합집합도 집합이다.
  • 멱집합공리: 집합의 멱집합도 집합이다.
  • 분류공리꼴: 명제함수와 집합이 있을 때, 명제함수를 참으로 만드는 원소들로 집합을 만들면 그것도 집합이다.
  • 정칙성공리: 임의의 집합에 대해서 원소가 존재한다면 원소중 하나는 원래의 집합과 공통되는 원소를 가지지 않는다.
  • 치환공리꼴: 어떤 임의의 집합을 정의역으로 갖는 함수 f에 대해서 그 함수의 치역을 포함하는 집합이 존재한다.
  • 선택공리: 임의의 집합 A 에 대해, 그 집합의 원소 a 가 공집합이 아닌 집합이고 f(a) = b 인 함수 f 가 존재하면, 각각의 원소인 집합 a 에서 하나씩 원소 b ∈ a 를 꺼내어 그 원소로 이루어진 새로운 집합 B를 만들 수 있다.

 

2) 그 외의 집합론

① NBG: ZFC의 보존적 확장 형태로 고유 모임을 포함하는 집합론

② MK: NBG에서 재귀적 정의를 허용한 집합론

 

 

3. 연속체 가설

집합론에서 아주 중요한 내용이며 아주 유명한 난제들을 모아놓은 것들 중 1번으로 뽑혔던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시간에 배웠던 초한기수로 ℵ0와 ς에 대해서 다뤘는데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는가? ℵ0보다는 크고 ς보다는 작은 기수가 존재하는지 말이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가 봤던 초한기수는 ℵ0와 ς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그럼 정말 둘 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바로 이 의문을 제시한 난제가 연속체 가설이고 칸토어가 이 가설을 주장했지만 끝내 증명하지는 못했다.

 

1) 정의

① 칸토어의 연속체 가설: 두 초한기수 ℵ0와 ς에 대하여 ℵ0 < x < ς를 만족하는 기수 x는 존재하지 않는다.

② 일반화 연속체 가설: 임의의 초한기수 k에 대하여 k < x < 2^k를 만족하는 기수 x는 존재하지 않는다.

 

2번째 내용은 필립 조던이라는 수학자에 의해서 제기된 가설로 1번째 내용에서 좀 더 확장된 개념의 가설이다. 둘 다 비슷한 내용의 문제라고 봐도 된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정답은 뭘까?

 

2) ZFC와의 관계

아까까지 우리는 ZFC에 대해서 다뤘다. 현대 집합론의 표준이 되는 공리계로 우리가 앞으로 계속 다룰 집합론이기도 하다. 갑자기 이 얘기는 왜 꺼내느냐면 이 문제의 답이 ZFC를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 답이 뭐길래 그럴까?

 

연속체 가설은 ZFC와 독립적이다. 즉, ZFC에서 연속체 가설을 증명할 수도, 반증할 수도 없다.

 

놀랍게도 우리가 지금까지 다룬 ZFC에서는 위가 정답이다...(이런 ㅁㅊ) 더 놀라운 것은 어떤 공리계인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3) 다른 공리와의 관계

① 구성 가능성 공리: ZFC에 구성 가능성 공리를 추가하면 일반화 연속체 가설이 참이다.

② 고유 강제법 공리: 고유 강제법 공리를 가정하면 칸토어의 연속체 가설은 거짓이다.

 

이게 정말 재미있는 문제인 것이 같은 문제이지만 어떤 공리에서 이 문제를 다루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만 강의에서 왜 이렇게 되는지에 대한 증명은 너무 어려워서 따로 하지는 않았다.